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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운동 선수에게 공부를 하라는 것은 일반 학생에게 운동을 하라는 것과 똑같다. 양쪽 모두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경기대 배구팀 신경수 감독

KUVF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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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경기대 캠퍼스내  체육관은 산 언덕 바로 밑에 있다. 언듯보면 외관은 천장이 둥그런 군대 ‘콘센트 막사’처럼 생겼다. 오랜 전통의 배구 명문 대학팀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체육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배구 코트가 펼쳐졌다. 가운데 네트가 처져있고 바닥은 몬도플랙스가 깔려 있다. 코트는 일반 대학팀 배구 경기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출입구 위쪽 벽에 ‘경기대학교 배구부 역대 우승’ 성적표가 붙어 있는게 눈길을 끌었다. 1972년 제27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부터 2019년 현대캐피탈 전국대학배구대회 우승까지 그동안 경기대가 전국대회에서 거둔 수많은 우승 기록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경기대는 그동안 국내 최고의 배구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장윤창, 이종경, 이경석, 정의탁, 신영철, 이상렬, 후인정, 문성민 등이 경기대를 거쳐 실업팀과 프로팀, 대표팀 등에서 크게 활약을 했다.  


대학배구 명가의 자존심을 가진 경기대 배구팀은 지난 해 5월1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대학배구 지도 경험이 없는 신경수(44) 감독을 전격적으로 사령탑에 앉힌 것이다. 그가 갑작스레 경기대 감독을 맡게 된 것은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임명된 후인정 전 감독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는 “처음 후인정 감독께서 팀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곤란하다고 말했다. 천안고 감독으로 간 지 2개월밖에 안된 시점이라 자리를 떠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천안고 배구부장님이 제 사정을 알고 잘 이해를 해주며 경기대로 갈 것을 적극 추천했다”며 경기대 감독을 맡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신 감독은 이상렬, 후인정 등 역대 경기대 감독과 같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아니다. 인창고와 경기대를 거쳐 현대자동차(현대캐피탈 전신)와 대한항공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무릎 부상으로 2014년 은퇴를 했다. 2m의 장신센터이지만 선수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는 은퇴이후에도 바로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았다. 프로배구 심판을 1년간 한 뒤 트레이너로 선수들 재활 치료를 맡아 하다가 2018년 송림고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송림고에서 지도자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모교인 경기대 감독을 맡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지도자로 경험도 없었으며 경기대 선후배들 가운데 자기보다 월등한 뛰어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일단 경기대 감독을 맡으니 개인적인 승부욕도 생겼다.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열심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부임 후 첫 대회인 지난해 5월 U리그에 이어 무안 대회서 각각 3위를 차지했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랴 많이 힘들어 하며 정신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며 “선수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팀 분위기를 새롭게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 주 대학배구 첫 대회인 U리그를 앞두고 있는 신 감독을 지난 21일 경기대 체육관에서 만났다. 2번째 해를 경기대에서 맞는 그는 “지난 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올해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전통의 배구 명문팀 경기대 신경수 감독은 "현재 대학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공부하는 운동선수, 쉬운 일 아니다”


-학기 초라 선수들이 상당히 긴장할 것 같은데.


“맞다. 학기초가 되면 선수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을 하려 한다. 학과 수업 뿐아니라 첫 대회에 대비하느랴 바쁜 시간을 보낸다.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


“사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공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학생에게 운동하라는 것과 엘리트 선수들에게 공부하라는 것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어느 쪽이든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인문학적 교육이 필요하다며 일반 학생과 같이 수업을 참관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있는지 한번 재고해봐야 한다.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원하지 않는 생활을 하라고 하니 힘들 수 밖에 없다. ”


-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선수들에게 더 자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배구 선수로 성공하려는 선수는 충분히 시간적 기회를 갖도록 해야한다. 억지로 공부를 시키려 하다보면 선수로서 훈련할 시간도 갖기 어려우며 배구 실력도 늘지 않는다. 양쪽 모두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을 수 있다. ”


신 감독은 한 때 세계정상을 달리던 일본 배구도 1980년대 이후 한국과 같이 학생 선수들에게 수업을 의무화하면서 전반적인 기량이 하향 평준화하며 위기를 맞았던 것을 우리나라도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대 수원 캠퍼스 배구경기장 출입구 안쪽 벽에 역대 경기대 우승 성적표가 붙어 있다. [정지원 기자]


선수와 숙식을 같이하는 현장형 지도자


경기대 감독을 맡으면서부터 그는 선수들과 함께 숙식을 함께 한다. 선수들을 좀 더 이해하고 어려움을 같이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간간히 수원 부근 병점 집에 다녀오기는 하지만 기숙사와 체육관을 오가며 선수들과 생활을 같이 하는게 그의 일상이다.


-다른 대학감독과 다른 생활을 하는데.


“선수들의 입장에 다가서려는 생각으로 숙식을 같이 하고 있다. 다른 대학팀 감독들과는 다른 자세로 다르게 행동해야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같이 훈련하고 먹고 자고 하다보니 선수들과 가까워지며 각자의 장단점을 알 수 있다.”


-훈련을 하면서 주력을 하는 부분은.


“집중력 훈련을 많이 한다. 서브를 넣을 때 1번부터 5번포지션까지 특정 위치를 설정해 완전하게 성공할 때까지 수십번씩 반복 훈련을 한다. 연습 때 성공률을 높여야 실제 경기에서도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할 수 있다. 리시브 훈련도 잘 될 때까지 계속해서 하면 기본적인 자세가 몸에 스며들면서 효과를 볼 수 있다. ”


-선수들 재활 훈련도 직접 챙긴다고 하는데.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의 재활 훈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훈련 후 선수들의 근육 관리를 위해 맛사지와 전문 치료를 해준다. 감독 부임 직후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해주었지만 지금은 코치와 함께 하고 있다. ”


“지도자로 성공해보겠다”


그는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역시절 2000년 드래프트 1순위로 현대자동차에 지명된 장신 센터로 블로킹과 속공은 물론 파워 스파이크와 수비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식 프로리그가 출범한 2005~2006시즌부터 급격한 하향세를 보였다. 오른쪽 대퇴직근 석회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부상 재발로 어려움을 겪다 은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역 시절 실패 경험이 있었는데.


“부상 때문에 은퇴를 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1999년 대표팀에 처음 선발됐을 때도 잘 해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후배들이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


-요즘 대학배구 선수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때보다 훨씬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며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얘기한다. 스스로 선택해서 운동을 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필요한 부분을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자녀들은 키가 큰 아빠의 DNA를 물려받았는지.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중3, 중1이다. 키들은 또래들에 비해 아주 큰 편인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운동선수를 시키지 않았다. 평범한 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다. ”  

기사제공 마니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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